<책> 작고 가벼워질 때까지 : 모악산에서 날아온 편지 - 글 그림 박남준

2008. 4. 13. 23:19

'작고 가벼운 것들이 눈물겹지. 더 가볍고 아주아주 작아져서 그때는 괜찮을거야. 그때까지만 기다릴 거야. 벌써 많이 괜찮아졌어. 곧 겨울이 올거야.'


가끔씩 편지라는 이름을 붙인 혼잣말들을 적곤 합니다. 때때로 누군가에게 이메일이나 우편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들은 있지만 미천하다 싶을 정도의 글솜씨를 지닌 저로서는 차마 보내지는 못하고 마음 한 켠에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합니다.

최근 읽고 있는 책들이 주로 수필이나 산문들이어서 그런지 종종 시인들이 쓴 긴 글들을 보게 됩니다. 워낙에 '시'와는 첩첩산중 담을 쌓고 살아가는 취향인지라 어떤 책을 다 읽고나서 저자의 약력을 본 뒤에야 "아. 이사람이 시인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시인 박남준이 모악산 한 켠에 집을 지어놓고 혼자 생활하면서 적은 일기나 편지글들 입니다.
예쁘고, 번듯하게 지어놓은 전원주택같은 집도 아니고, 산 속 한 귀퉁이에 있는 초라한 집입니다. 혼자 들어가 살면서 굳이 가족이라 부를 사람이 없어 주위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 산새들, 그리고 냇가의 버들치들을 가족삼아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글 속에서도 묻어 나오기는 하지만 몹시 외로운 적도 많이 있을 듯 하고 불편하기도 이를 데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왔을 때 벌써 7년째 지내고 있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짧은 수필들이 그렇듯 이책 역시 어렵지 않게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혼자 살면서 겪는 생활이야기와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글들...

책을 읽어가면서 제가 너무 풍족한 생활에 길들여져 있음을 깨닫기도 하지만 또한 그 생활에서 벗어날 용기까지는 생기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만이라도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풍족하게 나아지기를 기대해 보렵니다.

이렇게 오래전 일기 속에 여러가지 기록들이 남아 있습니다.
틈틈히 이렇게 꺼내보고 적어두지 않으면 언젠가 다 잊혀질 것 같아서 시간과 상관없이 하나씩 올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