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희라는 사진작가가 쓴 자신의 사진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사진을 배우게 되었고, 어디서 공부했고,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도 나와있고,
또 자신이 생각하기엔 사진을 어떻게 찍고, 공부해야 좋을 지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내가 처음 이책을 읽은 것은 6월 8일인데 읽으면서 사진찍는데 도움될만한 말들을 몇가지 발췌하고자 다시 빌려서 지금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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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2
내 친구 중에 오디오 시스템에 1억 정도를 들여 듣는 친구가 있다. 진공관 앰프에 스피커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어느 날 그 친구와 음악을 즐기는 또 다른 사람과 내가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친구가 자신의 오디오를 자랑했다. 가만히 그의 말을 듣던 다른 친구가 한 마디했다.
"선생은 소리를 즐기시는군요. 저는 음악을 즐깁니다."
나는 순간 머리가 번쩍 깨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음악 마니아였고 내 친구는 소리 마니아였던 것이다. 실제로 내 친구는 비싼 오디오는 가지고 있었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었다. 음반이 많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는 소담한 장비에 아주 많은 음반을 가지고 있었다.
자리가 어색해지자 내가 조용히 말을 듣던 친구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1억이라는 돈을 들여 시스템을 조율하고, 앰프를 바꾸고, 스피커 전선을 다양하게 바꾸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닊?"
그러자 그 친구가 대답했다.
"그런 분들 덕분에 오디오 시스템의 질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집니다. 그런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상도나 렌즈의 특성 등을 따지는 당신 덕분에 좀 더 좋은 장비가 탄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신의 사진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아, 생각난 김에 한 마디만 더 하자. "프로는 사진을 자랑하고, 아마추어는 카메라를 자랑한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자랑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신의 수중에 있는 카메라이다. 당신과 함께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거침없이 일을 해주고 즐거움을 주는 카메라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사진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p.149 포커스에 관하여
어떤 렌즈이든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렌즈를 무한대로 돌려놓는 습관을 들인다. 그리고 무한대에서 3미터 거리까지는 렌즈 경통을 얼마나 돌리면 되는지 손에 익힌다. 구식 렌즈는 꽤 많이 돌려야 했지만, 요즘 렌즈는 조금만 돌려도 최단거리까지 들어온다. 몇 번 연습만 하면 손끝에 익숙해진다.
이것이 확실하게 손에 익으면 피사체를 향해 카메라를 드는 순간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짐작하고 그 거리만큼 경통을 돌리면서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라. 거리에 대한 당신의 눈대중과 손끝이 제대로 연습만 되어 있다면 카메라를 피사체로 향한 순간 포커스가 맞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대개의 아마추어들은 포커스를 파인더의 중심에 맞추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포커스를 맞춘 다음 구도를 잡으려다 보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파인더 네 귀퉁이의 어느 쪽으로라도 포커스를 맞출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중심에서만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포커스를 맞춘 후 카메라를 움직여 구도를 맞추는 동작이 결국 손 떨림으로 이어지게 된다.
파인더의 어떤 부분에서든 포커스를 맞추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예 들어 파인더 오른쪽 상단 모서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카메라를 움직여 그 대사을 파인더 중심으로 놓지 말고, 모서리에 있는 피사체가 정밀하고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순간에 바로 셔터를 끊어보라. 그 때가 바로 포커스가 맞은 상태다. 이것도 몇 번의 연습만으로 가능해진다.
p.173 노출 - 밝은 것은 밝게, 어두운 것은 어둡게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을 때, 파인더 속에서 피사체가 차지하는 면적이 아주 작은 상황이 있다. 그럴 경우 카메라가 가르쳐주는 노출을 따라 사진을 찍으면 피사체가 어둡게 나온다. 이것은 평균 반사율보다 밝은 것들이 파인더 속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내가 찍고자 하는 피사체는 역광을 받고 있거나 주위의 다른 물체 때문에 어둡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조리개를 좀 더 열어서 셔터 스피드를 늦추어서 밝게 찍어라. 이것이 '밝은 것은 밝게' 찍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공연장에서 검은 무대를 배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춤을 추는 무용수를 촬영한다고 하자. 이럴 경우 파인더 속이 평소보다 많이 어둡다. 이때는 '어두운 것은 어둡게' 공식을 적용하여 조리개를 조이거나 셔터 스피드를 빨리 끊어야 한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카메라를 꺼내보기 바란다. 먼저 카메라에 스폿 측광 기능이 있는지 확인한다. 만약 있다면 적정한 노출을 얻고 싶은 피사체를 스폿 측광하여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수동으로 설정하고 촬영하라는 것이다. 스폿 측광은 어두운 경우나 밝은 경우 모두에 통용된다.
만약 카메라에 스폿 측광기능이 없다면 몸을 좀 써야한다. 피사체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피사체가 격렬한 동작을 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사체를 파인더에 가득 채운 채 노출을 재고 그 값을 수동으로 설정한 후, 자신이 원하는 거리로 이동해 촬영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피사체까지의 거리가 멀고 격렬한 움직임이 있다면 경험을 바탕으로 촬영하는 수밖에 없다. 이 때 경험이란 자신의 데이터를 말한다.
데이터를 내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우선 평균 반사율이라고 생각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고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끊어나간다. 단 슬라이드 필름을 써야한다.
예를 들어 ISO 100에 F8과 1/125초가 카메라가 가르쳐주는 적정한 노출이라면, 셔터스피드는 그대로 두고 F5.6과 1/2, F5.6, F4와 1/2,F4 등으로 연속적으로 조리개 3개치 분량을 끊는다. 그 다음에는 반대로 F8과 1/2,F11,F11과 1/2,F16 등으로 연속적으로 조리개 3개치 분량을 끊는다. 이 상태는 실제 적정 노출보다 오버로 3 조리개, 언더로 3조리개까지 촬영된 것이다. 그런 다음 현상된 필름을 슬리브 상태로 보관하면서 라이트 박스에 올려놓고 반 조리개의 차이를 익히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생각보다 예리하고 기억력이 탁월해서 반 조리개의 차이와 한 조리개, 두 조리개의 차이에 대해 극명하게 기억을 해낼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여러 번 반복해봄으로써 어느 정도 어둡게 찍을 것인가, 혹은 얼마나 밝게 찍을 것인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2005/6/8/다빈치 2005>
<책> 나는 사진이다 - 글 사진 김홍희
2005. 6. 29. 00:00ㆍ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