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최근 읽은 책들

2009. 3. 30. 02:03

1. 호란의 다카포

<클래지콰이>의 보컬로 알려진 호란. <파워인터뷰>고정패널, <책 읽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 진행자, <맨즈헬스>의 북 칼럼니스트까지 그녀의 이력은 다채롭다.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간 책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호란은 음악을 탐하듯 책을 탐하는 애서가로서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총 32권의 책들을 호란의 뚜렷하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새롭게 읽어냈다.

책뿐만 아니다. 음악을 둘러싼 고민을 고백하는 글은 상품으로서의 ‘호란’과 자기 세계를 가진 뮤지션 ‘호란’ 사이의 갈등이 치열히 드러난다. 물론 음악의 이데아에 가닿고 싶은 욕심 역시 보름달처럼 빵빵하다. '처음으로 되돌아가 Fine가 있는 곳까지 다시 연주한다’는 뜻의 되돌이표, ‘다카포’처럼 호란은 오늘도 책으로 음악으로 회귀한다. 독자들은 독서로 자유를 맛보고 음악으로 그 자유를 표현하는 호란의 내면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2. 굿바이 알라딘 - 이우일


도날드닭, 노빈손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 이우일의 폴라로이드 사진집. 지금은 단종된 ‘타임 제로’ 필름을 가지고 그가 지난 몇 해 동안 찍은 수백 장의 사진 중에서 95점을 골라 싣고 짧은 단상을 함께 곁들였다. 최근 사진에 탐닉하고 있는 그의 사진들에는 작가의 생활 반경 속 일상적인 풍경이 담겨 있다. 마을과 거리의 풍경, 가족들, 주변의 사소한 사물과 같은 평범한 소재를, 이우일다운 시각으로 포착해 낸 이미지들이 아름답다.

『굿바이 알라딘』은 sx-70 랜드 카메라 전용 필름인 ‘타임 제로’에게 바치는 ‘작별 인사’ 겸 ‘헌사’로 만들어진 책이다. 최초의 접이식 폴라로이드 카메라로서 sx-70 랜드가 1972년에 맨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 구조를 신기하게 여겨 ‘알라딘의 요술램프’라고 부르곤 했다. '타임 제로’ 필름 단종 이후에 폴라로이드사는 sx-70 랜드의 새로운 전용 필름을 내놓았지만, 그 새 필름이 영 성에 차지 않은 작가는 이제 sx-70 랜드, 즉, ‘알라딘(의 요술램프)’과도 이별을 고한다. 따라서 이 책은 사라져가는 ‘타임 제로’ 필름을 향한, 이우일의 애정과 눈물을 담아 만든 작별 인사인 셈이다. 세상에 단 한장뿐인 사진을 얻을 수밖에 없는 폴라로이드 사진, 게다가 단종된 필름으로 찍었다는 점에서 그의 사진집은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폴라로이드 사진집 『굿바이 알라딘』을 통해서 이우일의 사진에 대한 깊은 관심과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살펴볼 수 있다.


3. 밤삼킨별의 놀이 없는 놀이터 -  글,사진 김효정 디자인 공민선



싸이월드 등의 인터넷상으로 큰 호응을 받았던 글과 사진을 모아 엮은 책. 담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일상을 담은 사진에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솜씨가 더해졌다. 설렘(‘사랑에 빠진 두근거림증 환자들’), 사랑(‘하루 종일 당신이 흘러나오는 고장난 라디오’), 이별과 슬픔(‘조금은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 추억에 대한 예의’), 그리고 기다림과 희망(‘나에게도 당신의 하루를 줄 수 있나요’) 등의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하트 모양의 작은 열쇠고리들, 신문지에 싸인 장미꽃 한 다발, 탁자 위에 놓인 커피 한잔, 어느 오후 올려다본 하늘, 예쁜 포장의 초콜릿 등을 담은 사진에는 “당신 생각만 하면 시도 때도 주책도 없이 언제나 맑음” “하트표 인생을 꿈꾸어요―당신의 내일로 먼저 가서 따뜻한 일상을 준비하고 있을게요” 같은 사랑에 대한 짧은 단상이 곁들여진다.


4. 싱글 in 정글



이 책은 단순히 결혼한 더블의 삶보다 싱글의 삶이 더 좋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해서 더 행복한 삶도 있지만 혼자여서 더 행복한 삶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싱글에게만 유난히 불친절한 이 땅에 살고 있는 싱글들이 일과 사랑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뜻한 바를 이루고 당당하게 그리고 신나게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친절한 지침서이다.

5. ACTION - 로버트 링거 저 / 최소영 역



지나치게 생각하느라 행동을 머뭇거리는 사람, 움직이지도 않고 변화를 바라는 사람을 위한 ‘행동촉진제’와 같은 책이다. 똑똑한 사람은 쌔고 쌨는데 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낙오될까? 저자는 그 원인을 ‘행동’에서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FedEX나 아마존의 창업자가 월등히 뛰어난 머리와 사업 아이디어, 완벽한 사업조건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성공 이유를 ‘누구나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긴 단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디어도, 준비도, 지식과 지혜도 행동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며, 행동이야말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 저자는 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관계, 법, 통념, 집단, 세계관 등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행동을 억압하는 요소들을 잡아내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세밀하게 짚어낸다. 다음은 어떤 기준과 가치를 가지고 행동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여기에 7가지 도덕기준, 그리고 사회생활의 어느 범주에서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들을 제시한다. 마흔 일곱 신인가수의 매니지먼트를 했던 이야기, 제안서도 없이 투자자를 만나 특유의 기지로 투자금을 얻어낸 이야기, 누가 듣는 줄도 모르고 험담을 하다가 난처했던 일 등 저자가 직접 경험한 마법 같은 행동의 결과는 물론이고, 자신의 뼈아픈 실패나 실수마저도 특유의 유쾌한 필치로 쏟아내고 있다.

6. 하치의 마지막 연인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역



<하치의 마지막 연인>(1996)은 국내에 번역 출간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최근작. 신비로운 예언으로 시작되는 어린 연인들의 기이한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이며 바나나 소설 특유의 초현실적 분위기와 감각적인 문체로 삭막한 일상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상큼하고 낭만적인 환상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모든 책의 사진과 소개는 YES 24 에서 가져왔습니다.>


p.s. 약 2주 혹은 3주 였나? 아무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전철속에서, 혹은 커피숍에서 읽었던 책들.
각각의 이야기를 따로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자니 시간만 걸리고 하지 못할 것 같아 일단 기록만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