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의 기록들 04

2009. 10. 17. 11:41발걸음 제주.


여행 5일째, 그동안 혼자서 다니다가 친구 한 명이 제주로 내려와서 같이 다녔습니다. 차도 렌트를 하고, 이곳 저곳 많이 다니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다니는 여행은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가고,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멈추고 하는 자유가 있는 대신에 좀 외롭습니다. 혼자 다녔던 여행과는 좀 다르게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친구도 차도 같이 있으니 좋았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다닐 때는 가보기 힘들었던 곳들을 만나게 되고, 하루라는 짧지만 긴 시간동안 버스를 타고서 갈 수 없는 거리의 여행지들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면서도 찻집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 마져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여행중에 외로웠던 것들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군중속의 고독'이라 일컬어지는 근원적인 고독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함덕에서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성산항 쪽으로 갔었습니다. 중간에 바다를 보고 잠시 쉬었다가고, 김녕 근처의 작은 해수욕장(?)에서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발을 물에 담가 보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맑고 깨끗한 바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침에는 비가 살짝 내리다가 그치고 나서 점점 하늘에 있던 구름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서귀포에 있을 때의 날씨가 제일 좋았다 싶었는데, 여행중 친구가 와주었던 날씨가 최고 였습니다. 친구덕에 좋은 날씨를 경험한 듯 싶어 고맙기도 했었으니까요.


성산 근처의 커피집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제서야 오늘 움직일 곳들을 정해보았습니다. 오조 해녀의 집에서 점심으로 전복죽을 먹고서 산을 넘어 다시 제주의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삼나무길을 지나고, 제주 마장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관음사에 잠시 들려 보고 나서 다시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더니 이제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구름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에 마지막 목적지 였던 '키친애월'을 향해 갑니다. 전 몰랐었는데, 자전거 여행을 하시던 분들이 많이 추천해주는 곳이라는 이야기에 키친애월에서 해물덮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책을 읽다 숙소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