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의 기록들 02

2009. 10. 12. 12:07발걸음 제주.


이제 제주 여행 2일째 입니다.
첫날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았던 바다를 제외하면 제주도에 도착해서 하루 동안 바다 구경을 하지 못했었습니다.전날 제주시에서 가까스로 예약했던 모슬포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로 가면서 버스안에서라도 볼 줄 알았는데, 바로 산간도로를 관통해서 모슬포로 가는 버스 였기에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여행 첫 날이라 조금 괜찮은 숙소를 찾아서 모슬포 항까지 갔던 것인데, 숙소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습니다. 2층에 따로 있는 북카페와 커피도 괜찮았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으로 보게 된 바다 풍경도 좋았습니다. 다만 근처에 가게같은 것이 없는 바람에 약간의 음주를 생각했던 것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을 따름입니다.


오전에 모슬포항으로 가서 마라도에 다녀올 생각이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실장님께 여쭤봤더니 걸어서 가면 빠른 길로 50분 정도,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한시간 반 정도 걸릴꺼라 했었습니다. 기왕이면 해안도로가 낫다 싶어, 따라서 걷다보니 올레길 10코스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올레길을 걷는 것도 여행의 목표중의 하나 였기에 일부러 그길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 30~40 분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점점 하늘은 흐려왔지만, 걸을만 했었고, 어제 보지 못했던 바다도 실컷 볼 수 있었으니까요. 한시간쯤 지나자 짊어진 가방의 무게가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었습니다. 하늘은 더 많이 흐려지고, 길은 편안했던 산책로가 끝나가고... 결국 예전엔 분화구였던 산을 하나 넘고, 개인이 말을 키우는 마장을 지나서 다시 도로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때마침 비도 내리기 시작하고, 오전에 늦잠을 자서 아침식사도 못했는데, 벌써 오후 2시가 되어가고 걸어가는 길을 조금은 후회도 했었습니다. 살짝 비를 맞고 걷다보니 해녀의 집이 하나 보였습니다. 들어가서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때가 지난 점심으로 보말 칼국수를 한 그릇 비웠습니다.


잠시 후 비가 그친 틈을 타서 다시 출발해서 모슬포항까지 걸어갔습니다. 제가 길을 잘못 든 것이었는지, 걸음이 느렸던 탓인지, 11시에 출발했던 것이 도착하니 오후 4시쯤 되었습니다. 지금 마라도에 들어가면 오늘 안에는 다시 나오기 힘들다 싶어서 서귀포 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서귀포에 가는 버스 속에서 핸드폰으로 걸어왔던 길을 다시 보니 거의 16 Km를 걸었습니다. 발바닥도 아프고, 배낭의 무게 때문에 어깨도 뻐근했습니다. 서귀포까지 1시간 30분 정도. 잠깐 자다가 빗소리에 깨어보니 서귀포쪽은 거의 폭우라 할만큼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버스 터미널에 내려서 급하게 피씨방에 들어가 숙소를 찾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서 1박을 했습니다. 급하게 찾았던 숙소치고는 괜찮았고, 씻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우산을 쓰고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터미널 근처라 그런지 그냥 밥집보다는 횟집, 술집, 고깃집들이 많았고, 혼자 들어가기 뻘쭘한 분위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조용해 보였던 국수집으로 들어가 고기국수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여행중에 가장 고생스러웠던 하루 였던 것 같습니다. 한 숙소에 오래 머무르며 돌아다녔으면 가방이 무거울 리가 없었을 텐데, 이번 여행에서는 굳이 대중교통으로 이곳 저곳 옮겨다니며 찾아다니다 보니 꽤 힘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크게 후회는 없습니다. 추억으로 삼을만큼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또한 여행의 한부분이었기에 즐거웠던 기억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