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수요일

2005. 8. 1. 00:00Ordinary Day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라는 노래가사가 어디선가 또 울려퍼졌을 법한 하루 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올라와보니 비가 꽤나 내리고 있더군요. 항상 생각하던 커피숍은 아니었지만 동전 세 개짜리 커피를 한잔 뽑아들고 빗소리가 잘 들리는 곳에 앉아 있다 들어왔습니다.

어제 친구와 잠시 들렸던 안성의 운수사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또 한번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잘 찍을 자신이 없다면 끝까지 사양했어야 하는 일이었는데...결과를 확인하고 보니 참담한 심정입니다. 그쪽 주소만 받아오고 이쪽의 연락처를 드리지 않았으니 보내지 않는다고 재촉이야 할 방법이 없겠지만, 마음 한켠에 계속 쌓아두고만 있는 죄책감의 무게가 또 더해질까 걱정입니다.

윤성희님의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을 읽었습니다. 많지 않은 분량의 단편들이 열편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분위기의 글들이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름이라던가 소품들이 연결되는 듯한 분위기의 단편들이었습니다. 열편의 단편들 중에서 제 느낌에 좋았던 것은 ‘서른 세 개의 단추가 달린 코트’와 ‘터널’ 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록에 남기고 싶은 글은 책 마지막에 나온 작가의 말 중에서 일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제가 책을 읽게 만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당역에서 막차를 어렵게 타고 집으로 가던 길이 떠올랐습니다.
제게도 다리에 힘을 주고 등을 곧추세워 받쳐줄 누군가 가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을테니까요...

작가의 말 중에서

사당에서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탔습니다. 밤 12시 40분. 당신도 알 겁니다. 그 시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지. 막차를 기다릴 때면, 전 사람들의 얼굴을 잘 보지 않습니다. 그들의 피로가 내게로 옮겨올 것 같아서요. 혹, 누군가 내 안에 숨어 있는 상심을 읽어버릴 것 같아서요.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집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편안히 잘 수 있도록, 전 다리에 힘을 주고 등을 곧추세웠죠. 그 사람의 등은 참 따뜻하더군요. 내 등도 그리 따뜻했을까요?
은오.
당신이었지요. 내 등에 기대어 잔 사람이.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그리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