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2008. 12. 21. 13:20Ordinary Day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는 그저 웃고 말았었지만,
시를 다시 읽어 보면서 누군가를 만나기 전 홀로 기다리는 시간에서의 설레임들이 떠올라 버렸다.
다이어리를 꺼내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느 곳으로 이동할 지 생각하고 쓰고 있다가도,
문득 문득 시계를 쳐다보게 되고, 까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확인해 보게 되는 그런 두근거리는 설레임의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