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영하 여행자 도쿄 - 글.사진 김영하

2010. 8. 5. 19:28

처음에는 여행자가 여행안내서를 선택한다. 그러나 한 번 선택하면, 그 한 권의 여행안내서가 여행자의 운명을 결정한다. 짧은 여행 기간 동안 여행자는 여행안내서 한 권의 체제에 익숙해지기에도 힘이 든다. 어떤 여행안내서는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비로소 그 체제를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여행안내서들은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여행자들은 그 안의 일부만을 몸소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여행자는 여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책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다시 한번, 이상한 방식으로 떠올리게 된다. 여행안내서는 분명 책이다. 그리고 책의 어떤 속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여행안내서는 마치 책에 관한 모든 금언을 희화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 김영하 '김영하 여행자 도쿄' 중에서

어쩌면 지난 포스팅 중에 같은 구절을 써놓고 이 책을 소개한 포스팅이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책은 빌렸던 책이라 책에 밑줄을 긋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마 마음 속 혹은 머리 속 어느 구간쯤에 밑줄이 그어져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여름. 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주는 바닷가에서 책을 읽는 느낌은 각별했다. 특히 어려운 책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여행책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순간 책 속의 여행이 부럽지않은 것도 오랫만의 일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