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Day
4월 24일의 밤
H2art
2008. 4. 24. 00:00
1
국방의 의무(?)인지는 몰라도 아침에 학교운동장에 잠시 모여야 하는 일때문에 수원에서 자게 되었다.
오랫만에 찾은 공원은 기분이 좋았다.
늦은 시간, 한적한 공간, 차가운 공기, 따뜻한 커피, 귓속에서 울려퍼져주는 음악, 시원한 바람...
걷는 일이 즐거웠다.
2
안경을 벗었다.
이제부터 보이는 것은 초점거리 30cm 이내.
코앞까지 다가오지 않으면 사람을 구별하기가 힘들다.
멀리 보이는 불빛들은 색색들이 동그랗게 퍼져가는 보케처럼 보였다.
공원의 켜져있는 가로등들, 멀리보이는 간판의 불빛들, 아파트의 불빛들...
이 모든 불빛들이 마치 불꽃놀이 같았다.
공원을 걷다보니 멀리서 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인지 구분할 수도 없고, 구분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지나쳐갈 뿐이니까.
3
걷다보니 늦은 시간 같이 운동하는 커플들,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저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밤늦게 손을 맞잡고 소근소근대며 천천히 걸어가는 연인들이 부러워진다.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4
'어거스트 러쉬' OST 를 들으며 걷고 있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음악은 참 마음에 든다.
좋은 느낌, 좋은 기분.
5
걷다보면 가끔씩 생각이 많아진다.
예전에는 일부러 많아진 생각들이 부담스러워 없애려고 노력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내버려 둔다.
많으면 많은 채로, 적으면 적은 채로 지켜볼 뿐.
6
낮에 보았던 길가의 어린 잎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밤이어서 제 색을 찾아볼 수는 없다.
여린 녹색의 어린 잎들은 때로 꽃보다 아름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