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금연법

H2art 2006. 7. 1. 00:00
금연에 관한 이야기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이것을 따라 금연시도중이다.

부디 성공하기를...








나는 가장 좋아하는 담배 한 보루를 샀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한 보루를 다피면 담배를 끊겠다고. 한 보루면 열 갑, 한 갑에는 스무 개비가 들었으니 모두 200개비였다. 나는 편안한 자세로 아름다운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그리고 생각에 잠겨 담배에 얽힌 그 모든 추억들을 되새겼다. 담배와 함께한 인생의 고비들을 반추했다. 힘든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다.

한 개비, 한 개비 줄어들 때마다 이별의 슬픔은 커졌다. 그러나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담배와의 이별이, 도저히 가능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그 순간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브라운 운동을 하며 퍼져나가는 흰 연기를 향해 나는 속삭인다. 담배여, 그동안 너와 함께 즐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다하였다. 나는 너 없는 인생을 살아볼 작정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의 관계는 최근들어 조금은 불평등하였다. 너는 나를 지배하고 내 위에 군림하지만 나는 저항하지 못하였다. 나는 그것이 너의 본성임을 알고 그래서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헤어져야 하겠다. 내 사랑하는 폭군이여, 안녕!

결국 마지막 갑, 최후의 한 개비가 남는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하늘을 내다보며 생애 마지막 담배를 피웠다. 연기는 대기 속으로 흩어졌고 꽁초는 재털이에서 허리가 꺾였다. 발리 여행 때 사온 사기 재떨이, 나는 그 재떨이를 깨끗이 비우고 따뜻한 물로 씻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담배라는 잔혹한 애인이 내게 남기고 간 이별의 정표였다.

(중략).......

피울 만큼 피우면서 천천히, 그러나 냉정하게 담배와 결별하는 이 금연법을, 나는 '애도의 금연법'이라 부른다. 자, 담배여,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자.